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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반려동물 장례식이라니
  • 유승주 칼럼니스트
  • 등록 2021-10-03 23: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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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총회에서 애완동물에 대한 신학적인 입장 정리 청원이 발의 되었다. 이 청원은 제70회 총회에 반려동물에 대한 신학적인 입장 정리 청원으로 발의 되었다가 기각된 것을 3년이 지나기도 전에 다시 발의가 되었다. 62회 총회에서 각 노회나 부서들이 3년 내에는 가급적 다시 발의하는 것을 삼가 하도록 권고하기로 가결했기에 절대 발의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이기에 다시 발의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신학교육부에서 발의는 기각되었지만 참석한 총대로부터 논의 과정에 있었던 모 회원의 발언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 모 회원은 애완동물 장례식에 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안건이 1년간 연구를 결정 할 정도로 신학교육부의 안건은 방대하고 다양했다. 시급한 안건이 많은데 신학을 공부한 목사라면 누구나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안을 총회에 입장 정리를 해달라는 것은 책임 회피성 발의라는 생각이 든다.

모 회원의 발언 중 충격적인 말은 ‘찡이(고양이 이름)를 저희가 1월 9일 날, 어 우리 딸이 먼저 하늘로 보냈습니다.’라는 것이다. ‘먼저 하늘로 보냈습니다.’라는 말은 그 곳에서 다시 만난다는 뉘앙스를 주기에 충분한 말이다.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노회 총대들의 모임에서 그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일반 사람들이 쓰는 용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총회에 참석한 목사회원의 입에서 고양이를 하늘에 먼저 보내주었다고 하는 것은 심각한 신학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먼저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의 부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개혁주의에 입각한 신실한 성도로 자녀를 양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죽은 고양이와 하늘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도록 방치하는 것은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목사회원이 잘못된 신앙관을 듣고도 교정해 주지 않고 거룩한 총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딸의 말을 옮겼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 불편함이 남는 발언이다.


둘째,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5천만 국민 중에 15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해서 성경에 분명히 명시되고 역사적으로도 계승되어 온 동식물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는 청원도 문제고, 2년 연속 같은 안건을 올리는 노회도 이해가 안 되고, 그 중에서 이런 목사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는 총회의 모습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총대는 국회의원처럼 면책 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단적인 말을 스스럼없이 해도 괜찮다고 법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공회 석상에서 문제 있는 발언을 했다면 공개사과 해야 하고, 더 심한 말을 했다면 발언권 정지에 처할 수도 있고 심지어 상회권 정지도 가능하다. 자기 혼자 또는 가족이 시행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일일이 조사하여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이 경우는 공회 앞에서 스스로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런 신학적 문제를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고신목사가 기준도 없이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러 하늘로 먼저 보내주었다니 웃고 넘어가야 하나? 


그 말을 전해 듣은 그 날 밤은 잠이 들지 않았다. 만약 그 목사가 이슬람 지역에 가면 아잔이 울릴 때 모스크를 향하여 국민의 대다수가 기도하기에 자신도 문화에 적응해서 기도할 것인가? 로만 카톨릭에서 우리나라의 문화라고 하며 조상제사에 대해 인정해 주듯이 국민 대다수가 제사를 드릴 때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는가? 말씀의 기준이 상실되고 상황논리가 지배하게 되면 결국 배교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제71회 총회는 여러모로 마음이 아프고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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