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목회칼럼] 버려야 할 꼰대, 지켜야 할 꼰대
  • 편집국
  • 등록 2021-11-21 23:11:40

기사수정

 최근 우리사회가 급속한 변화를 추구하면서 생겨나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그런 많은 말들 중에 소위 말하는 ‘꼰대’ 라는 것이 있다. 이 ‘꼰대’ 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의미는 ‘꼰대’ 는 은어로 ‘늙은이’, 학생들의 은어로는 ‘선생님’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이로 보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며, 이를 분명히 하려면, ‘꼰대질’ 이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 이라고 되어 있는데서, 소위 ‘꼰대’ 라는 것은, 현장감각을 잃은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이 ‘꼰대’ 라는 말은 다분이 후리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이 ‘꼰대’ 라는 말은, 되어서는 안되는 어떤 이미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필자역시 이 ‘꼰대’ 가 없는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다분히 있다. 필자 역시 이 ‘꼰대’ 라는 말을 분명히 좋아하지 않는 단어의 목록에 들어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시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다. 학생 때 역시 필자는 선생님 중에서 아주 강하게 생활규범을 강조하면서, 바른 이미지의 어떤 표상들을 제시하면서 일러주던 선생님을 향하여 시대감각이 뒤떨어진 분이라는 의미에서, 돌아서서 가시는 선생님의 뒤통수에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수없이 ‘꼰대’라는 소리를 외치곤 했었다. 그 당시 필자의 기준에는 그 선생님은 너무나 답답하신 분이었고, ‘저렇게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되는 분’ 이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새기곤 했던 분이다. 

 얼마 전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필자는 문득 친구의 아버지가 생각났다. 가끔 친구 집에 놀러가는 필자를 불러 앉혀두고는 장시간 이런저런 좋은 지도의 말씀들을 들려주시던 그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 분은 필자와 그리 가깝지 않은 사이였지만, 그 친구의 아버지를 만나는 것 때문에 친구집에 들러기가 발길이 참 무거웠었다. 또 잡히면 한두 시간을 들어야 하는 잔소리 때문에, 친구집에 놀러갈 때는 꼭 아버지가 계신가를 확인하곤 하였다. 소위 지독한 ‘꼰대’ 였었다.

 그런데 왜 그분들이 그리워지는 것인가? 답답하게, 그리고 접미사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필자의 숨이 막히게 했던 그분들이 그립다. 어투까지 기억나며, ‘그리 살았어야 했었는데...’를 되뇌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그리운 것은, 그런 선생님을, 그런 친구 아버지를 둔 필자만의 생각이며 삶일까? 바로 그 필자의 ‘꼰대’ 들이 산 삶이, 필자가 걸어가지 않은 삶이었기에 이토록 미안해지는 것은 왜일까? 

 ‘꼰대’ 가 그립다. 지금 우리시대에 비록 정해진 틀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것은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된 길이야. 이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이 진리를 따라 살지 않으면 망할 수 있다.’ 며, 폐부에 깊은 숨을 토하면서 알려주는 ‘꼰대’, 바로 그 ‘꼰대’ 들이 있는가? 완전한 정답은 아니어도, 적어도 인생을 살면서, 그 인생에서 나름대로 얻은 진리를 전해주면서, 삶의 확신, 인생의 철학을 전수해주던 그런 ‘꼰대’ 가 지금 이 시대에 있는가? 우리의 삶에서 마냥 뒷방 늙은이 신세로 몰아 넣어버리며, 앞뒤 돌아보지도 않는 체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이 시대적 상황에서, 그런 깊은 철학을 가진 진정한 ‘꼰대’ 를 지켜야 하지는 않는가? 

 그렇다고 모든 면에 ‘꼰대’ 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순간순간 우리들에게 살아져야 할 삶에서 ‘꼰대질’ 은 그야말로 버려져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 줌도 안 되는 권력과 권위, 아무 가치도 없는 기득권을 끝까지 주장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치없는 ‘꼰대’ 와 ‘꼰대질’ 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지식에 있어서도 새롭게 일어나는 신진 학자들을, 그동안 자신의 업적에만 매몰되어 막으려는 선배 학자들이 무시한다면 그것이 ‘꼰대질’ 이며, 건강한 주장들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익에 배치된다고 하여, 그 주장들을 발로 밟아버리는 것은 대표적으로 축출되어야 할 ‘꼰대질’ 인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자리잡고 있는 한, 시대적인 발전은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깊은 삶의 철학, 인생의 깊은 의미, 그리고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절대적 가치를 고수하는 진정한 이 시대의 ‘꼰대’ 들은 우리가 만드시 지켜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고루하게 만들고, 가치없는 몇몇의 권위의식과 기득권 주장 같은 생각들은 우리 가운데서 반드시 제거해 내어야 할 ‘꼰대질’ 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무가치한 꼰대질을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이 시대의 진정한 ‘꼰대’ 까지 버리면, 이 시대는 바람에 날려가는 초개와 같이 가벼워져, 어디로, 무엇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까지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대에 반드시 지켜야 할 진정한 ‘꼰대’ 와, 가차없이 버려야 할 ‘꼰대’를 잘 구별하여 세워가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좌표가 없이 방황하는 가치기준을 분명하게 세워주는 존경받는 ‘꼰대’ 들을 충분히 인정하고, 뿌리뽑아야 하는 기득권주장에 매물된 ‘꼰대’ 는 축출하여, 균형감각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세상,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모두 눈을 떠야 할 것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