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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 편집국
  • 등록 2021-11-21 23: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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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2012 런던 올림픽 폐막 후에 작성된 글입니다.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한 주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런던올림픽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개인적인 피나는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실력들을 정정당당하게 겨루어 승자를 내는 과정을 보면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된 육상 100m 경기와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국가적인 차원을 넘어 열렬한 응원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면 온 국민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응원했고,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과 그 종목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노력을 하였기에 세계에서 일등이 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말할 나위 없는 대단함을 느끼게 됩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에 대해 매스컴과 우리 사회가 보이는 관심은 정말 놀랍습니다. 어렵게 살면서도 그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운동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 선수들과 그 부모들은 연일 방송국에 출연하여 그 과정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업체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한 선수의 부모를 위해 집을 선물하기도 하였습니다. 국가에서는 연금을 지급하고, 협회에서는 각종 포상금을 선물하고, 기업체에서는 상업용 광고로 이들을 섭외하여 명성과 부를 거머쥐는 일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과 사랑은 그들의 그 동안의 수고에 비하면 오히려 부족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즈음에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선수들과의 실력의 벽을 실감케 하는 종목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며, 그늘에서 사력을 다하여 그 벽을 넘거나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일등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은 나머지, 비록 순위에 들지 못했지만 정말 좌절을 극복하며 노력하고 있는 자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가령 육상에서는 우리나라 선수 중에서 세계적인 선수 우사인 볼트와 같은 빠르기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음조차도 잊고 있습니다. 수영 종목에 메달을 딴 한 선수를 제외한 다른 선수는 그 존재마저 기억하지 않습니다. 참가 선수가 총 245명이며, 임원수가 129명으로 전체 374명이라는 사실은 별로 관심이 없고, 메달을 딴 28명의 선수와 감독 등을 포함하여 70여명에게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몇몇 선수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영광의 이면에 쓸쓸함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을 수많은 다른 선수들에게 있어 우리나라의 대표단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일등병(病)이 걸려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최선이라는 말은 아름답게 꾸미는 어떤 액세서리로 취급되고, 최고라는 말이 우리들에게 더욱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운 이등과 꼴찌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을 격려하고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우리의 아름다운 파트너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함께 걸어가는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모두가 인정받고, 격려를 받으며, 다시 일어나 힘을 내어 승리의 길로 나아가도록 돕는 세상을 이루어가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일등짜리 사람들로 채우지 않으셨습니다. 어쩌면 그들 중에는 그리 독특하지 않은 자들, 즉 이등 삼등의 인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주님을 그런 자들을 부르셔서 세우시고, 가르치시고, 격려하셔서 다음 세대를 이어나갈 아름다운 인물들로 세우셨습니다. 

 우리는 일등을 존중하고 그들의 영광스러움을 기뻐함과 동시에, 힘을 다하여 수고하고도 이등, 삼등이 되어 세상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일으켜 세워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두가 다 일등이기를 원하시지 않으시며,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삶을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자들을 원하실 것입니다. 일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의 풍조를 따라 나아가는 것보다는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고통스러워할 우리의 이웃을 향하여 손을 내밀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성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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